다이어트!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리스트 중 순위권에 들 것 같은 이 말.

축복받은 유전자를 타고나지 않았고, 취직 이후 책상 앞에 평균 9시간 동안 앉아있으면서 운동할 시간은 부족하고 회식과 술자리는 오질나게 많은 대부분의 우리. 그런 대부분의 우리들은 대학생 때 리즈 몸무게를 찍고, 사회 초년생 생활을 보내다가 서른 즈음에 그 몸무게에서 5키로 이상 찐 자신과 마주한다.

나도 그랬다. 대학생 때 키 168에 몸무게 53키로, 송지효와 같은 키와 몸무게로 어디서 '늘씬하다' 소리 꽤나 듣던 시절이 있었다.
그런데 웬걸.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매 2년 주기로 계단식처럼 2키로씩 찌더니, 서른살 말에 몸무게 앞자리가 바뀐 것이다! 🤪 나름 운동도 주 2회 하고 관리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, 앞자리의 변화는 꽤 충격이었다.

출처: 런닝맨

사실.. 20대 때는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한 적이 없었다. 난 내가 표준체중이라 생각했고 (실제로 표준체중 범위였음) 겉으로 보기에 통통하지 않았기에, 주변 친구들이 '난 다이어트 중~' 이라며 음식을 가끔 사릴 때도 '맛있는게 최고!'라며 잘 먹고다녔다. 운동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, 그렇다고 먹는 양이 남들에 비해 많지도 않았기에 살이 찔 줄 몰랐다. (근데 술을 많이 마신듯.. )

스물 여섯 즈음에 56키로일 때도 '이 정도면 보기 좋지'라 생각했고, 스물 여덟에 58키로일 때도 기존에서 겨우 2키로 찐거라서 무차별하게 느껴졌다. 근데 서른에 60키로라니! 정신이 확 든 것이다. 그래서 남들은 이르면 십대에 시작한다는 다이어트를, 서른 하나에 시작했었다.

 

 

그렇게 2019년 1월, 유명하다는 다이어트신 앱을 깔게 되는데.. (아직도 왜 이 앱을 깔게 되었는진 기억 안남. 광고를 봤었나..?)

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. 오늘은 짧았던 내 첫 직장에서의 경험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. 

 

대학 생활 내내 공무원 / 준공무원 준비를 하던 나는 2013년, 취업의 'ㅊ'도 모른 채로 스물 다섯에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. 지금 돌아보면 그 때의 나는 어떤 기업에 가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전혀 생각이 없었다. 국내 대기업 공채 소식을 몇 번 둘러보다가 우연히 해외 취업 기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, '글로벌'이라는 키워드에 꽂혀있던 나는 일본어 실력을 살려 일본에서 첫 취업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. 당시 일본 취업을 포함한 해외 취업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았지만 포털 검색, 학교 경력개발센터 정보 등을 종합하여 6-7월 즈음부터 열심히 취업설명회와 박람회에 다녔던 기억이 있다. 한창 취업 활동을 하다가 가을에 3곳으로부터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는데, 그 중 방송사의 일이 가장 재미있어 보여서 케이블방송사 입사를 결심했었다. 

 

케이블 방송사에서는 추후 내게 한일 간 콘텐츠 수출입에 대한 일을 맡길 예정이었다고 하는데, 우선 첫 1-3년은 다른 직원들과 같이 영업 / 고객센터 중 한 곳에서 기본적인 업무를 익혀야 했었다. 둘 중 굳이 따지자면 영업을 더 하고 싶었으나, 직무 배정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. 나는 '외국인이니 영업보다는 고객센터에서의 일이 더 수월할 것이다'는 인사과의 배려로 도쿄 근교의 고객센터에 배정이 되었다. 

출처: Pixabay

2014년 봄 연수가 끝나고 근무처를 발령받았을 때에는 그리 기쁘지 않았지만, 우연히 배정된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. 직무가 아닌 기업문화 등 다른 이유로 첫 직장을 6개월 만에 그만두었는데, 비록 짧게 다니긴 했지만 이곳에서 고객 응대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고 이는 추후 내가 영업을 하는 데 있어 밑거름이 되어주었다. 그 중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를 여러분에게 소개한다. 

 

#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

센터에서 내가 배운 것은 '고객은 수화기 넘어로 나를 느낄 수 있다'는 것이었다. 고객 응대 시, 내가 보이지 않더라도 고객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표정과 몸짓을 동반하라는 교육을 받았었다. 이에 따라 전화를 받을 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받고, 고객에게 사과를 할 일이 있다면 고개를 숙이며 '죄송합니다'라는 말을 했었다.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며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, 이렇게 표정과 몸짓을 동반하니 조금 더 진실성 있게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. 지금은 숙련(?)이 되어서 액션을 크게 하지는 않지만, 고객과 대화 / 통화 시 항상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. 

 

#기분 좋은 톤
또한 고객 통화 시 평소 톤보다 두 톤을 높여 받으라고 교육받았었다. 평소에 '미' 톤이라면 '솔' 톤까지 올려서 받는 것인데, 이를 '기분 좋은 톤'이라 부른다. 너무 오버해서 목소리를 올릴 필요는 없지만, 이를 숙지하고 통화를 하면 항상 친절한 톤을 유지할 수 있다. 고객이 컴플레인을 하지 않는 일반 응대 시 가끔 뒤에 웃음을 붙이라는 조언도 있었는데, 경험 상 너무 억지스럽지 않을 정도로 붙여주면 듣는 이도 기분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.  

 

#매뉴얼
일본의 고객센터에는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있다. (역시 매뉴얼의 나라..)
따라서 웬만한 상황에 대해선 신입 사원이라도 대처가 가능하다. 그렇다면 매뉴얼에 없는 문의를 받았을 때에는 어떻게 할까? 이 또한 매뉴얼에 있는데, 고객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고 답변을 찾으면 된다. 답변을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으면 시간이 걸리는데 상황을 살펴보고 콜백을 주겠다고 하면 된다.

고객이 어떤 질문을 해왔을 때 내가 답을 모른다면 바로 대답할 필요가 없다. 알아보고 답을 드리면 된다.

주니어들과 고객 미팅을 갔을 때, 고객이 모르는 질문을 해오면 당황하는 모습을 몇 번 본적이 있다. 이럴 때는 예를 들어 '기술적인 부분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여, 내부에서 알아보고 내일까지 메일로 정리하여 답을 드리겠다'고 하면 된다. 당황하지 말자. 

 

#사과, 그리고 경청 

고객센터에서 가장 많이 받는 문의는 뭘까? 바로 컴플레인이다. 하루에도 상담원 한 명 당 수십건, 비용 청구가 잘 못되었으니 상세 내역을 설명해달라거나, 해지가 제대로 안 돼서 요금이 청구되었거나, 기기가 작동을 안 한다거나.. 정말 다양한 컴플레인 또는 불편 사례들이 접수된다. 

고객이 어떠한 이유로라도 불편을 느끼거나 화가 났다면, 우선 사과를 해야한다. 그리고 들어라. 그리고 상급자가 필요할 때는 상급자를 활용하라. 화가 난 고객에게 사과 없이 이성적인 답변을 늘어놓게 되면 응대 시간도 길어지고,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. 

 

스타트업에서 영업을 할 때 한 매장 사장님이 우리 서비스로 인해 본인 매장의 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컴플레인 전화를 넣은 적이 있다. 실상 우리 서비스의 문제는 아니었지만, 다짜고짜 내게 전화를 해서 몇 시간 동안 기기가 작동하지 않아 본인이 손님들에게 욕을 먹고 사과를 했어야 했다며, 물질적/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수천만원을 청구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한 적이 있다. 

그 사장님은 실제로 수천만원을 청구하고자 하던 게 아니었다. 본인이 받은 스트레스를 어딘가에 풀고 싶었고, 전화를 받지 않는 타 업체의 영업사원 대신 내게 화살이 튄 것 같았다. 매우 화가 나있던 사장님은 내가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 듣자 30분 정도 후 화가 누그러졌고, 그의 화가 누그러진 후에야 우리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기기 자체를 살펴보셔야 한다는 해결책을 드리며 통화를 종료할 수 있었다. 물론 이후 사장님은 내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다. 


정말 기본적이지만 이런 사항들은 내가 영업을 할 때 콜드콜, 고객 응대, 중간 중간 팔로업부터 클로징까지 도움이 되었다.

고객으로부터 근 6-7년간 가장 많이 들은 말은 '친절하다'는 것인데,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되지만 아무리 좋지 않은 상황의 전화라도 친절한 톤으로, 침착히 들으며 고객의 요구사항을 맞춰주려 하다 보니 생긴 인상인 것 같다. 


.. 이 세상에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.
다 나중에 쓰이니 오늘을 잘 살자.
P.S. 서비스 직종의 모든 분들, 수화기 뒤의 모든 분들.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.

취업할 때 즈음엔 내 주변엔 다 제때 졸업하고 취업을 잘 하는 것 처럼 보이고, 다들 잘 하는데 나만 늦은건 아닌지 조바심이 날 수도 있다. 그런데 다들 그런 건 아니니 안심하라.

 

내 대학 동기들 중엔 10년 동안 한 시험을 준비하다가 서른에 다른 길로 간 친구도 있고, 진득히 몇년 공부해서 로스쿨에 가고 서른 즈음에 변호사가 된 친구도 있다. 한편으론 일찍 취업했으나 삼십대 초반에 퇴사를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 친구도 있다. 

이 셋을 포함, 나 또한 제 나이에 졸업을 하거나 처음부터 술술 풀리진 않았지만, 삼십대가 되보니 어떻게든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다. 그러니 너무 조바심은 내지 말길 바란다. 

 

조바심이 날 수록 '어떻게든 된다~'를 되뇌어보자. 너무 낙천주의로 가는게 아니냐고?

이 주문을 외우면서도 현실에 발을 붙여놓기 위해 팁 2가지를 주겠다. 

1. 뭐라도 해보자.

허송세월은 보내지 마라. 일단 뭐라도 해봐라. 

재미있어 보이는 것, 흥미가 가는것, 아니면.. 누가 시켜서 우연히 하게된 것이라도 좋다. 꼭 근사한 공모전이 아니어도 된다. 나도 그런건 안해봤다. 그리고 하다가 아니다싶으면 그만두고 다른걸 해보면 된다.

 

나는 대학에 5년 다니면서 장래희망이 3번 바꼈다. 1.5년에 한번 바뀐 셈이다. 또한 이 5년 동안 참 다양한 걸 해봤는데, 내가 해본것들로는..

역사학회, 모의UN, 문화기획 동아리, 사교 파티 주최, 미술품 장사, 교환학생, 시식 판매, 휴대폰 판매, 과외, 학원 교사, 외무고시 준비, 공기업 준비, 컨설팅회사 인턴 .. 등이 있다. 

나중에 보면 이런 경험들이 어떻게든 내 인생에 자양분이 되었고,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내게 더 맞는 길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.

 

2. 포기할 줄 알자.

가끔, 내가 들인 노력이 아까워 '1년만 더.. 1년만 더..'라 되뇌이는 친구들이 있다. 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.

꿈이 뚜렷한 친구들은 노력을 하되 노력에 기한을 정해두자. 개인적으로는 3년까진 괜찮다고 보지만, 그 이상은 길다고 생각한다. 왜, 대학 입시도 재수, 삼수까진 더러 하지만 사수부터는 잘 안하지 않는가.. (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결정은 본인에게 맡긴다)

 

내가 대기업에 가고싶은데 2년 동안 낙방했는가? 그럼 일단 내가 갈 수 있는 곳에 가보자.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중견기업도 많고,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. 물론 이러한 기업들이 신입에게 대기업과 맞먹는 급여와 복지가 보장하지는 않을거다.

그러나.. 입에 풀칠은 해야하지 않겠나? 2년 더 공채준비를 하는 것도 의미있을 수 있으나, 그 2년 동안 어디든 가서 경험을 쌓아보는건 어떨가? 그렇다면 2년 후 당신의 경험은 훨씬 풍부해져 있을 거고, 당신이 더 경쟁력 있는 후보자가 될 수도 있다.

 

그러니 목표가 있다면 기한을 정해두자. 기한 내에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(흔히 있는 일이니 기죽지 말자!) 플랜 B로 옮겨타자.

나야말로 플랜B 환승의 대가다ㅎㅎ.. 가끔 무언가를 놓으면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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